11일 인천국제공항 하얏트 리젠시호텔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선거에서 조정원 전(前) 경희대 총장이 총재로 선출됐다. 조 신임 총재는 연맹 역사상 30여년 만에 처음 경선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유효투표 147표 중 106표를 얻어 당선됐다. 1973년 창설된 WTF는 올림픽 종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스포츠기구. 2004년 현재 176개국(아시아 51, 유럽 47, 아프리카 36, 팬암 42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고, 전 세계 태권도 인구는 5000여만명을 헤아린다. 조 총재는 지난 1월 사퇴한 김운용 전 총재의 잔여임기를 수행한다. WTF는 내년 4월 스페인 마드리드 총회에서 4년 임기 총재와 5명의 부총재, 30명의 집행위원을 다시 뽑을 예정이다. 조 총재는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학 행정의 경험을 살려 국제 스포츠 기구로서 WTF의 위상을 새롭게 다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태권도연맹은 불투명한 재정 관리와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회원국들 간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난국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꾀하겠다”"세계태권도연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연맹의 재정 투명성을 강화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스포츠 기구로서의 위상을 높이도록 힘쓰겠습니다." 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태권도 취약 국가를 위한 기금 조성. 조 총재는 올해 우선 50만달러, 앞으로 200만달러의 지원기금을 조성해서 어려운 지역 연맹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WTF 본부 건물 신축도 중요한 사안. WTF는 현재 서울 신문로의 오래된 빌딩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선거 공약으로 서울 내곡동에 WTF 본부 건물 건축을 내걸었던 조 총재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내년쯤 본부가 착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눈앞에 닥친 과제는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영구 정식 종목으로 뿌리 내리는 것. 이를 위해 조 총재는 지난 5월 스위스 로잔에 들러 벨기에 루벵대 동문인 IOC 자크 로게 위원장과 회동하는 등 국제활동을 이미 시작했다. 조 총재가 태권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1974년 미국 페어리디킨스대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시절. 그는 “당시 미국에서 활약하던 태권도 사범들이 파란 눈의 외국인들에게 한국 말로 구령을 붙이며 지도하는 것을 보고 한국 고유의 격투기가 세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유단자는 아니지만 태권도에 대한 관심은 ‘공인 9단’급”이라는 그는 20여년 전부터 태권도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조 총재는 지난 1983년 부친(조영식 경희학원 학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희대에 세계 최초로 4년제 태권도학과를 설립했다. 자신의 두 아들에게도 태권도를 배우게 해 나란히 공인 2단의 유단자로 키웠다. 그는 또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지난 1995년부터 경희대에 국제태권도아카데미(ITA)를 개설해 외국인을 포함해 500여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경희대 총장 재직기간(1996~2003)을 포함해 지금까지 ITA 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고문 겸 이사인 조 총재는 현재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중국 베이징대 객좌교수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