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 홍성언 교수의 연구실은 찾는 이를 경직시킬 만큼 잘 정돈돼 있었다. 수천권의 책들이, 그것도 연도별, 월별 순으로 책장에 가지런히 꼽혀있는 광경은 평상시 자기관리가 철저하기한 홍성언 교수의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꼼꼼하고 세밀한 성격 탓에 대한방사선종양학회에서 10년간 의학용어위원장을 역임한 그가 지난 8일 신임 회장에 선출됐다. 경희의대 출신의 최초 정규진료과학회 수장이라는 감투를 쓴 홍성언 교수를 만났다.[편집자주]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홍성언 회장
자명종이 필요한가? 홍성언 교수에게는 지금껏 자명종을 사용한 기억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기상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은 그의 정신력을 짐작케 한다. 의료원 내에서도 '걸어다니는 시계'라 불릴 정도로 그의 시간 관념은 철두철미(徹頭徹尾)하다. 홍성언 교수는 "의료기기를 이용해 암세포를 치료하는 방사선종양학은 섬세한 학문이기 때문에 강인한 정신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의 철저한 시간 관념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약속시간에 늦지 않은 사실에서도 잘 묻어난다. 홍 교수의 강인한 정신력과 철저한 시간관념이 방사선종양학회 회장에 오르게 한 '근원적 힘'임을 부인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전 직원의 전인화(全人化)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소위 '전인(全人)'이라 한다. 홍 교수는 방사선종양학과 전 직원을 전인으로 만들었다. 그는 우선 직원들과 함께 마라톤을 시작했다. 53세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불가능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홍 교수는 많은 마라톤 대회에 직원들과 참여하며 방사선종양학회의 체력과 결속력을 동시에 키워 나갔다. 몸만 튼튼해서는 안됐다. 지식을 갖춰야 했다. 의대 출신인 그는 전혀 생소한 '의료경영'이란 사회과학 학문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직원들도 석사 과정을 밟아 나갔다. "방사선종양학과 직원이 되려면 마라톤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그가 아니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근무조건이다. 실리만 쫒는 젊은 의사 방사선종양학은 10여년간 희망 전공의 수가 3~5명 밖에 없을 정도로 젊은 의사들에게 천대 받았다. "젊은 의사들이 실리만 추구하면서 방사선종양학은 한 때 고사위기까지 몰렸다. 인기과에만 인재가 몰릴 경우 타 분야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홍성언 교수는 방사선종양학회 신임 회장으로써 전공의 수 증대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공의 수를 늘려 현재 200명에 머물러 있는 방사선종양학회 회원 수를 300명까지 끌어 올릴 작정이다. 홍 교수는 "국내 의료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각 과간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며 "임기동안 방사선종양학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2004-10-14 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