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나이프 40억, 감마나이프 30억, 노발리스 25억, 세기조절방사선치료전용시스템 20억. 최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 의료장비 도입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 기계들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 관심을 모은다. 연구의 주역은 경희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 신동오 교수. 그는 고가 의료장비를 통해 환자를 치유하는 의사가 아닌 말 그대로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의료기기의 전문가라 불리는 '의학물리사'. 그가 요즘 이 고가 의료장비들의 사용 표준화 작업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물론 각 병원마다 이 장비들의 사용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의료계 전체에 통일된 기준은 아직 전무한 상황. 이 기준이 정해질 경우 환자 상태에 따른 선택 치료가 가능해져 고가 장비들이 제 몫을 다할 것으로 신 교수는 기대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그는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으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연구 벌레'로 정평이 나있는 신동오 교수를 만나 그만의 의료기기 '애착론'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열정으로 달려온 외길 21년 신동오 교수는 국내 의료계 현직 의학물리사 중 서열 3위다. 물론 '의학물리사'라는 직능 자체가 희소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의료기기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신이 존재한다고 신 교수는 말한다. 전자공학과 출신이 그가 의학물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원 석사 졸업 무렵. 그는 자신의 영역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갖추길 갈망했고 우연히 접한 의학물리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의학물리에 관해 석사 졸업 논문을 쓰고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려 했지만 많은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만해도 의학물리에 대한 관련 서적이나 정보들이 적어 그는 공부하는 시간보다 자료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또한 물리와 의학이 접목된 의학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두 학문 모두를 섭렵해야 했기에 다른 학과 전공자 보다 두 배 넘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천신만고 끝에 84년 경희의료원에 '의학물리사'로 입사했고 이후 의료기기와 함께 '21년'이란 세월을 걸어왔다. 지독한 연구 벌레 신동오 교수는 의료원 내에서 '연구 벌레'로 정평이 나 있다. 새 장비가 들어오면 그 기계의 구조부터 조작법을 익히느라 새운 밤이 부지기수였고 이 작업이 끝나면 기계의 최적화 사용방법을 찾는데 몰두했다. 일과 중에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그의 연구는 언제나 일과 후에 이뤄졌다. 그에게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목표 연구량이 끝나는 시간이 곧 그의 퇴근 시간이었다. 이 같은 생활을 무려 21년. 주변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자연스레 '연구 벌레'라는 별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신 교수의 연구 열정은 몇 년전 정부의 연구용역사업에 선정되면서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방사선 의료기기 이용 표준화 연구로 2억8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던 그는 올해 또 다시 정부 용역사업에 재선정, 1억7000만원을 추가로 지원 받는다. 환자에게 감동을... 그가 진행하는 모든 연구의 기조에는 '환자에게 감동을 주자'는 신념이 담겨 있다. 이번에 진행하는 고가 의료기기 사용 표준화 연구 역시 이 신념에서 시작됐다. "방사선 관련 기기들이 고가인 만큼 환자들은 비싼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환자들에게 최적의 효과를 내줘 감동시키는게 나의 의무라 생각한다" 연구결과의 최대 목적지는 임상 현장이다. 의료기기 사용의 최적화 방안을 찾아 임상 지원까지 해야 그의 임무가 끝이 난다. 신 교수는 환자들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친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는 몸을 아파 병원에 오고 병을 잘 고쳐주는 병원에 감동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환자 감동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신동오 교수의 연구실은 오늘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 있지 않을까.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2005-05-08 23:11